‘식량 안보’의 최전선, 원양산업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자. 우리 식탁에 오르는 명태, 오징어, 꽁치와 수출품목인 참치는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 식량안보의 핵심이자, 우리 국민에게 단백질 공급을 책임지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하지만 지금 이 버팀목이 흔들리고 있다. 과거 ‘수출 역군’으로 불리며 대한민국 경제성장을 견인했던 원양산업이 노후화된 선박, 규제 위주의 국내 관련법, 국제사회의 거센 규제 파고 속에서 점점 경쟁력을 상실하고 침몰할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원양산업협회에서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원양산업 재도약을 위한 국회 국정 토론회’를 열어 원양산업의 구조적 문제와 실질적 방안 마련을 논의했다. 우리 원양어선은 1980년대 750척에서 2024년 현재 198척으로 70% 이상 급감했다. 산업의 생산 기반인 어선은 줄어들고 선원은 노령화해가는데, 이를 뒷받침할 제도는 수십 년 전의 낡은 그물에 갇혀 있다. 이제는 원양산업을 단순한 ‘어업’이 아닌, 국가 전략적 차원의 ‘식량 안보 산업’이며 미래 국가 식량위기를 대비하는 방파제로서 재정의하고 과감한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야 할 때다. 가장 시급한 것은 원양업계의 경영 안정화를 위한 세제 지원이다. 현재 농업, 연근해어업, 양식업은 식량 산업으로서 조세특례제한법을 통해 소득세와 법인세 감면 등 폭넓은 세제 혜택을 받고 있다. 반면 똑같이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원양산업은 이러한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농업이 식량작물 재배 소득 전액 면제 혜택을 받는 것처럼 원양어업 역시 고비용·고위험 구조를 고려한 ‘원양형 과세체계’ 도입이 절실하다. 특히 해운업계에 적용되는 ‘톤세제’와 유사한 제도를 원양어업 특성에 맞게 도입해야 한다. 최근 5년 평균 생산량을 기준으로 과세표준을 산정하는 방식은 이익 변동성이 큰 원양 선사들의 경영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확보된 재원이 노후 선박 교체와 안전 투자, 선원 복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노후 어선 문제 해결을 위한 금융 지원도 혁신해야 한다. 현재 운영 중인 ‘원양어선 안전펀드’도 원양어업 재투자 의지가 있는 선사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조건의 신조 지원정책을 통해 빠른 노후 원양어선 대체사업이 이뤄져야 한다. 이는 기업 스스로 미래를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체력을 길러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또한 경직된 어선원 정책의 유연화가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어선원 구인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우리 원양어선은 여전히 엄격한 국내 선원법률에 묶여 있다. 핵심 한국인 간부 선원 육성을 위한 투자는 지속하되, 현실적으로 충원이 어려운 업종과 직급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외국인 선원 승선을 확대하는 탄력적인 인력 운용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통신장 승선 등 현실에 맞지 않는 관련 규정은 개정돼야 한다. 중국은 대규모 정부 보조금을 앞세워 전 세계 바다를 누비고 있고, 일본과 대만은 선박 현대화와 해외 기지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쟁국들이 뛰고 있을 때 우리만 뒷걸음질칠 수는 없다. 현재 78만 톤 수준인 원양 생산량을 100만 톤으로 확대해 글로벌 식량 전쟁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 원양산업의 재도약은 글로벌 식량 전쟁을 대비한 필수적인 과제다. 세계적인 기후 위기와 공급망 불안의 시대에 우리 국민의 밥상을 지키고, 해양 영토를 수호하는 길이다. 2027년은 원양어업 진출 7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70년간 수많은 원양어선원의 희생과 개척정신으로 일궈온 우리나라의 해외 해양 영토를 보존하기 위한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 < 한국수산경제, 2025년 12월 22일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