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이 되면 우리나라 원양산업이 시작된 지 7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사람에게 70세는 일생을 돌아보며 얻은 지혜와 경험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중요한 시점이듯, 원양산업도 70주년을 맞이하여 원양산업의 역사와 성과를 되돌아보고, 다가오는 새로운 도전에 대비해야 한다.
바다의 날을 기념하여, 원양산업이 우리 역사에 남긴 발자취를 반추하는 한편, 원양산업이 현재 처한 상황과 함께 앞으로의 세계 정세 속에서 원양산업이 가질 의의를 검토하며, 원양산업이 70주년을 맞아 재도약할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과거 – 한국 초창기 경제발전과 외화벌이의 숨은 주역>
세계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초창기 주역 중 하나가 바로 원양어업이었다.
1960년대 초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은 전쟁의 포화를 겪은 후 참혹한 수준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에서 독립한 125개 국가 중에서도 최빈국에 속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원양어업은 해외로 눈을 돌려 외교관계조차 수립되지 않은 나라까지 진출해 오대양을 누비며 우리 국민들의 먹거리를 제공하였을 뿐만 아니라 외화벌이의 초석이 되었다.
1957년 인도양 참치연승 시험 조업의 성공으로 시작한 우리 원양어업은 1958년 미국 밴 캠프(Van Camp)社에 원양어획 참치를 직수출함으로써 외화 획득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1958년 6만 4,000달러에 불과하던 우리나라 원양어업 수출액은 비약적으로 증가하여 1971년에는 우리나라 총수출액의 5%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하였다. 또한 1979년에는 우리나라 수산물 수출의 50%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당시 미비한 산업 구조를 감안하면, 원양어업은 단일 업종으로는 요즈음 반도체 산업에 비교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우리나라의 블루칩 산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초창기 우리 경제발전과 외화벌이의 주역으로 파독 광부와 간호사 등을 흔히 떠올린다. 이제는 그 자리 위에 우리 원양 선원들도 함께 서야 하지 않을까.
<현재 – 우리나라 수산업의 주축, 그러나 녹록지 않은 현실>
지금도 우리 원양산업은 세계 5위권 원양국가의 지위를 지키며 수산업과 식량 안보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024년 시점 우리 국적 원양어선은 총 238척(단독 198척, 합작 40척)으로, 2024년 기준 연간 약 76만 7천 톤의 어획물을 생산하였다. 이는 우리나라 어업 생산량의 약 48%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또한 우리 원양 어획물은 전체 수산물 수출 중 26.7%(8.3억불/30.3억불)를 기여하는 등 현재도 수산물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수치만 살펴본다면, 원양산업은 여전히 순항하는 산업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원양산업이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원양산업의 근간인 선원‧선박과 관련된 문제부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선원 문제의 경우, 2023년 기준 원양 해기사의 68%가 51세 이상일 정도로 신규 선원 유입이 부족한 실정이며, 그나마 남은 인원 중에서도 상당수가 과도한 소득세 등의 문제로 인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해외 유출 인력의 상당수가 선장, 기관장과 같은 고급 인력임을 감안하면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선박의 경우, 현재 전체 어선(198척) 중 157척(80%)이 30년 이상의 노후 선박이며, 특히 참치연승어업은 전체 선박의 94%에 해당하는 99척(94%)이 30년 이상의 노후선이기 때문에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존속 자체가 어렵다.
외부적 여건도 녹록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이다. 환경 및 노동인권에 대한 국제적 요구기준 및 규제는 더욱 엄격해지고 있으며, 특히 공해를 관할하는 국제수산기구의 관리는 계속해서 강화되고 있다. 여기에 유가상승 등의 요인으로 인한 각종 조업비용 상승 문제마저 선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 신냉전 체제 격화 및 관세전쟁 심화로 인한 세계무역 위축 등의 변수까지 감안하면 상황은 더욱 쉽지 않다.
잃어버리는 것은 쉽지만, 한 번 잃은 것을 되찾기는 어려운 법이다. 원양어업은 한번 어장에서 철수하면 새롭게 진입한 해외 선단의 존재로 인하여 재진입하기 매우 어렵다. 또한 어업의 특성상, 각종 기술적 노하우가 단절된다면 이를 다시 부활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식량자원 확보 문제가 대두되고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되면서, 그 매개체가 되는 수산업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로 인하여 중국과 같은 국가는 자국 원양선단의 성장에 보조금을 비롯한 막대한 지원을 하는 한편, 수산자원을 보유한 연안 국가에 진출하기 위하여 이들에 대한 각종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한국 원양산업이 탄생한 지 70년에 가까운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원양산업 종사자들은 여전히 맨몸으로 싸우는 것과 같은 실정이다. 다가오는 원양산업 70주년이 우리 원양산업 재도약의 계기가 되길 바라는 심정으로, 아래와 같은 내용을 제안하고자 한다.
<원양산업 70주년 기념 재도약을 위한 제안>
첫째. 친환경 어선의 건조 지원 확대
안정적인 수산자원 생산기반 확보를 위하여, 원양어선 건조 보조금 지원 및 원양어선 안전펀드 예산 증대 등 친환경 어선 건조와 노후어선 세력 대체 및 현대화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어선 현대화 시 국가 필수 원양어선 선정을 통한 건조 비용 추가 보조, 담보 조건 완화 등을 도입을 통한 중소 선사 참여 활성화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
둘째. 해외어장 확보 전략 및 수산외교 다층화 방안 마련
연안국의 자원 자국화와 공해 규제 강화로 인해, 현지 합작 법인 설립과 현지 가공‧수출 시설 구축, 국제(수산)기구 적극 참여 등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중국, 일본 등 우리 원양산업의 주요 경쟁국은 수산자원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자원보유국에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주요 자원보유국을 대상으로 ODA(공적개발원조)를 활용하여 현지 어촌 개발, 교육훈련, 어항 시설 개선 등을 지원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어업 쿼터와 입어료 혜택을 얻는 전략을 더욱 강화하여야 한다. 이를 통하여 글로벌 수산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
아울러 공해 어장은 국제수산기구의 관리하에 운영되므로, 과학적 자원 관리와 어업 관리를 위한 국제 협력 부문에 다각적인 방식으로 적극 참여하여야 한다. 이를 통하여 국제적 신뢰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쿼터를 확보할 수 있다.
셋째. 원양업계 경영 안정화를 위한 다각적인 지원 방안 마련
자원전쟁과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국제 어업 규제는 강화되고 있으며 입어료는 증가하고 있다. 또한 선원임금, 선박 수리 및 안전·유지 관리 등 조업에 필요한 각종 고정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어획물 어가와 어획량도 정체를 겪으면서 원양업계의 경영악화는 가중되고 있다. 게다가 우리 정부의 원양산업 지원은 경쟁국의 지원에 비하여 훨씬 열악한 상황이다. 이에 경쟁력 마련을 위한 여러 정책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우선 해운업계에도 지원되고 있는 톤세 제도를 원양어선에도 도입하여 세금 감면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출어 후 생산된 어획물이 판매될 때까지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원양업계의 입어료 등 출어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하여 정책자금 융자와 필요시 긴급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
아울러 어업에 필요한 자금 대출 지원을 확대하여 안정된 재정지원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넷째. 어선원 수급 안정화 방안 마련
극심한 원양 선원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신규 인력 수급 방안과 함께 현재의 인력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책이 모두 필요하다.
우선 신규 인력 수급 방안으로, 우리나라 국내 교육기관에서 배출된 수산 전문 인력들이 원양산업에 진입하여 장기간 근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 아울러 선원 양성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선원의 복지와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경력 해기사가 경쟁국으로 유출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하여, 해외와 동등한 수준의 소득세 비과세 제도 등의 인센티브 도입이 필요하다. 그리고 필수 인력인 해기사의 경우, 제한적으로 외국인 사관의 도입을 허용해야 할 것이다.
<바다의 날을 맞이하여>
원양산업은 인류의 보고와도 같은 바다를 그 어떤 분야보다도 널리 활용하는 산업이다. 우리 원양산업은 해외의 바다에서 식량 자원을 확보하여 식량 안보에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수출을 통하여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였고, 어업을 통해 해외에 진출하고 교류하여 해양영토 확장 및 국가간 외교에 공헌하였다.
그러나 우리 원양산업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와 같은 막중한 책임을 수행하려면 어선 노후화, 선원구인난 심화 등 현재 눈앞에 닥친 수많은 난제들을 해결하고 해외어장 확보 및 원양업계 경영 안정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60년대와 70년대의 원양산업이 우리나라 초창기 경제발전의 주역이 되었듯이, 앞으로의 원양산업도 70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재도약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