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원양어업은 1957년 인도양 참치연승어선(지남호) 최초 시험조업 실시 이후 70년 가까이 수산자원을 공급하고 국제경제에 이바지하는 한 축으로 자리 잡아 왔다. 우리나라 원양어업은 참치연승 시험조사선 지남호가 1957년 6월29일 부산항에서 출항, 인도양으로 출어하면서 시작되었다. 지남호 시험조업 이후 1970년대 말까지 원양어업으로 벌어들인 외화는 당시 기준으로 약 20억 달러에 달한다. 원양어업은 6.25 전쟁 이후 경제 재건과 산업화의 밑거름이 되었다. 1971년 원양어업 수출액이 우리나라 총수출액의 5%를 웃돌기도 하였다. 원양산업 60년사에 따르면 1958년 미국령 사모아섬을 기지로 하여 남태평양 진출, 1964년 대서양 버뮤다섬 근해 진출, 1965년 라스팔마스 출어와 1966년 인도양에 본격 진출하였다. 1967년 북태평양 트롤어업의 시험조업 성공 이후, 우리 원양어업은 참치연승어업과 트롤어업을 중심으로 발전하였다. 조업 수역도 북태평양, 남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으로 확대하였다. 1969년, 1970년에는 남미 수리남 근해에서 새우트롤 시험조업과 본 조업이 이뤄졌다. 1970년대 이후에도 가다랑어 채낚기어업개발, 1973년 명태 필렛 개발 및 수출, 1975년 이란해역 트롤어장 개발, 1979년 북태평양 오징어 유자망어업개발, 1982년 남동·남서대서양 트롤어장 개발, 1983년 파키스탄 수역 및 1985년 남서대서양 포클랜드 어장 개발을 통하여 우리나라 원양어업은 크게 발전하였다. 1990년대 원양 참치어업은 정부의 강력한 수출 정책에 이바지하였고, 2000년대 조선업, 선박기자재, 전자기기 등 연관 사업의 발전에도 기여하였으며 외국 연안국과의 협력 및 해양 영역 확장에도 이바지하였다. 우리 원양어업은 시작부터 국가 기간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부 주도 사업이었다. 이에 따라 1970년대 원양어업의 고도 성장기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원양어업은 세계 3위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원양어업은 정부의 수산물 수출 진행 정책에 힘입어 적극적으로 해외어장을 개척하며 수출 효자 산업으로 자리매김하였다. 하지만 주요 연안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 확대 선포와 국제사회의 공해어업 규제 여파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1990~2000년대 국제여건의 변화와 민간 주도적 원양어업의 성장은 한계에 부딪혔다. 민간주도의 단순한 입어, 어선 노후화, 고비용 구조 등은 시장 자유화로 인하여 변화 적응에 한계가 있었고 여기에 후발 원양국의 세력 확대, 자원 보유 연안국의 외국어선 조업 규제가 강화되면서 원양어업 경영상황은 악화하였다. 1990년 810척이던 원양어선은 지난해 201척까지 줄었다. 이 중 선령 31년 이상의 노후 어선은 약 80%에 달한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원양어업의 산업화가 추진되었다. 원양산업화로 원양어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기반 마련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원양산업화는 합작선 어업과 연안국 국제협력사업 등 단순한 입어 위주의 원양어업을 다양한 형태의 사업으로 전환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불러왔다. 정부와 원양업계와 우리나라 원양어업의 전환 필요성을 인식하고 국회 및 정부와 협력하여 2008년 원양산업발전법을 제정하였다. 하지만 원양산업으로의 전환을 꾀하겠다는 정부와 업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두 차례에 걸쳐 예비 IUU(불법‧비보고‧비규제) 어업국으로 지정되어 국제사회로부터 성토를 받았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3년 1월과 11월,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부터 각각 우리 원양어선의 불법어업, 낮은 제재 수준 및 관련 시스템의 미흡 등을 이유로 예비 IUU 어업국으로 지정되었다. 이어 2019년 미국으로부터 예비 IUU 어업국으로 또 한 번 지정되었다. 2017년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의 보호 및 관리 조치를 위반했는데도 우리 정부는 이러한 위반에 대해 효과적 행동과 관리를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두 차례의 예비불법어업국 지정은 우리 원양업계가 국제규범을 더욱 철저하게 준수하는 계기가 되어 우리나라의 원양어업의 선박 안전 관리 및 교육, 국제기구 및 연안국을 포함한 각종 사전 및 사후 보고, 모니터링 운용 시스템 등은 이미 해외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또한 우리 원양어업은 수산자원 관리와 해양환경 보호를 통한 지속가능 어장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3개 국제수산기구(일반 5개, 지역기구 18개)에 가입하여 지속가능한 어업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 이들 국제수산기구는 자원평가에 따른 총허용어획량(TAC) 제도, 멸종위기종 등에 대한 보호조치, 옵서버 승선, 선박위치 모니터링 등을 통하여 자원 보존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우리나라 원양업계는 지속가능성 인증을 연이어 획득하며 원양어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다. 지속가능성 인증은 동원산업이 가장 먼저 2019년 참치선망에서 MSC(해양관리협의회) 인증을 받은데 이어 2020년 중서부태평양 참치연승어업에서도 인증을 획득하였다. 또 2021년에는 정일산업이 남빙양 크릴어업, 티앤에스산업이 로스해 남극이빨고기 어업에서 MSC 인증을 받았다. 지난해 12월에는 대해수산이, 올해 1월에는 사조그룹이 중서부·동부 태평양 다랑어 연승어업이 MSC 인증을 취득하는 등 수산자원량 보전과 생태영향 최소화, 효과적인 어업관리시스템을 갖춰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는 국제적 흐름에 발맞춰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 원양업계가 또 한 번 도약을 위해 나서고 있지만 어선 노후화, 어장 축소, 선원 구인난 등 고질적인 문제로 인하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재 선령 31년 이상 노후 원양어선비율이 약 80%에 달한다. 정부가 2019년부터 노후화된 원양어선의 대체 건조를 지원하는 원양어선 현대화 펀드를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이 사업을 통하여 신조선 대체가 완료된 어선은 오징어 채낚기 5척, 트롤선 2척뿐이다. 어선 노후화보다 더 큰 문제는 인력 부족이다. “배는 있는데 사람이 없어서 출어를 못 나갈 판”이라는 원양업계의 호소는 원양어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젊은 선원은 힘든 원양어선을 기피하고 숙련된 해기사의 해외 이탈이 잦아지면서 원양업계의 인력 부족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해양수산부와 전국원양선원노동조합, 한국원양산업협회가 지속가능한 원양어선 해기전승과 원양산업 발전을 위한 노사정 공동선언문 서명식을 갖고 참치연승업종에 외국인 기관사를 도입하는 방안을 합의하는 등 외국인 선원 고용에 대한 물꼬를 텄다. 하지만 일부 업종에 한정된 데다 선박 운항 전문 인력인 해기사 부족을 메꿀 수 없어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 다른 나라 해기사 자격증을 보유한 외국인은 국내에서 기관사로 취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국가 간 해기사 자격증의 상호 인정을 위한 ‘어선 선원의 훈련·자격 증명 및 당직 근무 기준에 관한 국제협약’에 가입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국제 선원 협약 가입국의 해기사 자격증을 보유한 외국인의 국내 취업을 허용하는 ‘선박직원법’ 개정이 시급하다. 지난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조경태 의원(국민의힘·부산 사하구을)이 발의한 ‘선박직원법’은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원양어업은 세계적인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부족 우려 속에서 해외 수역에서 수산자원을 확보하는, 국가 식량안보에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산업이다. 해외에서 조업하는 선박은 국적을 가진 국가의 배타적 관할권에 속하기 때문에 원양어업은 해외 영토의 연장이다. 세계 각국은 이미 어업 기반 시설과 생산망 장비의 현대화, 재정 지원 등 원양어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그만큼 미래 수산업과 식량산업에 있어 원양어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우리도 더 이상 원양어업을 민간차원이 아닌 국가 식량안보 차원에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원양어업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초창기 원양어업이 정부 주도 사업으로 성장하였기에, 1963년 창립된 한국원양어업협회는 1990년대 12대 회장까지 2대 이채오 회장(화양실업 사장), 6대 이학수 회장(고려원양어업 사장), 8대 오진호 회장(대림수산 사장)을 제외하고는 수산청장, 육군 준장, 해군참모총장 등 정부관료 또는 군인 출신이 회장을 맡아 협회를 이끌어왔다. 13대 김재철 동원산업 사장이 회장을 맡은 1990년 이후로 박준형 신라교역 사장, 왕기용 동원수산 사장, 임우근 한성기업 사장, 오치남 대림수산 사장, 장경남 덕우수산 사장, 윤명길 동남 사장 등이 협회장을 맡아 원양업계의 목소리를 정부에 알리는 역할을 하였다. 지난해부터 협회는 다시 정부 관료(수산청, 청와대, 수산과학원장) 출신 김영규 회장이 협회를 이끌고 있다. <어민신문, 2025년 1월 6일자 게재> |